“난 어떻게 살아왔나?”
이 물음에서 시작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이어진다. 누구나 피할 수 없지만 깊게 고민하고 싶지 않은 죽음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나는 그 장에선 책장을 빨리 넘겨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그냥 묵묵히 읽어 내려갔다. 책을 덮고 한동안 가슴이 먹먹하고 아내, 자식, 어머니, 형제…지인이 생각났다. 죽음 앞에 서면 돈, 명예, 권력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일까…
그가 초등학생일때는 구슬치기, 딱지, 만화, 축구에 빠져 있었고, 중학생 때는 축구, 핸드볼, 추리소설에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국어, 고문, 시의 세계에 푹 빠져 살았다. 그러다 서울대에 입학한 다음 반정부 데모를 하다가 체포되어 고문과 폭력에 휘둘린다. 하루 종일 맞다가 진술서를 쓸 때만은 때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머릴 굴려 긴 시간을 들여 진술서를 쓰기 시작한다.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세세하고 자세하게, 고문관도 감동할 정도로 썼다. 아이러니하게 그때 자신이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감옥을 나와서 계속 글을 썼다. 출판사나 보좌관을 통해서 꾸준하게… 글 쓰는 게 전혀 힘들지 않고 적성에 맞았다. 심지어 소설도 출간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작가 표지에 유시민이 말하는 유시민이 인상적이다. 나는 이런 문체를 좋아한다. 간결하고 약간은 무미건조한... "조금 늦었다 싶지만 이제부터라도,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것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일입니다. "
지식소매상이란 단어도 유시민을 통해 처음 들었는데 그 어감이 너무나 좋았다. 회사를 다니며 작가를 꿈꾸거나 디지털 노마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참 매력적인 일이다. 유시민의 책을 읽다 보면 아이러니하게 그 꿈을 포기하게 만들지도 모르니 주의해야 한다. 탁월한 논리를 바탕으로 한 정갈한 문체와 풍부한 지식이 녹아있는 글 때문이다. 지금은 정치권에서 은퇴했지만 수많은 토론에 나와 논리적인 문장으로 상대를 얼어버리게 만들었던 장면도 잊히지 않는다.
다음은 책을 읽으면서 메모한 것들이다.
- 초딩 : 구슬, 딱지, 만화, 축구
- 중딩 : 축구, 핸드볼, 추리소설
- 고딩 : 국어, 고문, 시
- 문제는 꿈이 없다는 것, 현실 안주, 닥치는 대로
-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에게 타인의 위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삶의 위대한 세 영역 + 1 : 사랑, 일, 놀이 그리고 거기에 하나 더 연대
- 살아있는 순간마다 기쁨을 느끼나?
- 나의 기쁨의 원천은 무엇인가? 일, 놀이, 사랑, 이념, 자식, 돈, 명예, 권력
- 천부적인 재능이란 집중할 수 있는 능력 : 몇 시간씩 피아노를 치거나, 하루 종일 책을 읽어도 전혀 힘들지 않다.
- 재능이 있으면 재미를 느끼고 재미를 느끼면 더 집중한다.
- 하면 할수록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더 열심히 한다.
- 1%의 재능과 99%의 노력, 그러나 노력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진 않는다. 신체 조건이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타고난 신체, 건강, DNA에 따라 차이가 난다.
- 열정이 있다고 다 재능이 있는 건 아니다.
-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일찍 발달하는 아이일수록 지적 재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 따지고 드는 아이를 존중하라.
- 노후를 위해 돈, 건강, 삶의 의미를 찾는 준비를 해라.
- 버나드 쇼, 리영희
- 좋은 문장 하나를 쓰고 혼자 감탄하면서 싱글벙글할 때…
- 행운은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 불은 온전히 혼자 감당하면서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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