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코로나 19로 귀성행렬이 많이 줄어들고 오롯이 집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예년만 못하지만 명절 특선 영화나 TV 편성표에 관심이 간다. 5일간의 연휴에 뭘 할까 고민하는 분께 이 영화를 추천한다.
예전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TV프로그램이 있었다.
2009년 3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tvN에서 방송된 TV 토크쇼이다. 방송 제목처럼 지구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외계인 같은 사람들과의 대화와 그들의 일상을 주요 소재로 삼았는데, 여러 특이한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그중에서 단연 최고는 허경영이었다.
"제 아이큐는 430입니다."라는 첫 소개에 포복절도했다. '150도 아닌 430이라고?!' 이어지는 소개가 더 가관이다. "중력을 다스릴 수 있어 공중부양은 식은죽 먹기고 또 마음만 먹으면 마이클잭슨과 영혼과의 대화도 가능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꿰 뚫어보는 것은 아주 사소한 능력이죠...."
누구나 들어도 100% 거짓말인데, 정작 본인은 사실인 양, 자신의 행성에서는 사소하다는 표정으로 일관하던 모습에 진행자는 어이없어하며 황당함에 나오는 웃음을 감추기에 바빴다.
그때 불현듯 익숙한 장면이 떠올랐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뭘까?...."
"아! 최고의 반전이 있는 영화, 바로 그거네..."
허경영판 지구를 지켜라.
"지구를 지켜라!" 영화가 떠올랐다. 장준환 감독의 데뷔작으로 2003년 4월에 개봉했는데, 마치 삼류 코믹영화를 연상케 하는 포스터로 영화의 작품성과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해 흥행에 실패했다. 충무로에서 실패한 마케팅의 표본이 되었다고 한다.
백윤식, 신하균이 주연을 맡았는데, 아마 내가 본 영화 중에 이보다 더 큰 반전을 보여준 영화는 없었을 정도로 최고의 영화였다. 홍보 포스터만 더 잘 만들었다면 대박이 나고 여러 작품상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을 했었다.
영화 속 주인공 병구는 외계인으로 인해 지구가 곧 위험에 처할 거라고 믿고 있다.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 담판하지 못하면 지구에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엄청난 재앙이 몰려온다. 그래서 병구는 외계인이라 확신하는 유제화학 사장 강만식을 납치해 안드로메다 왕자와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한다.
경찰청장의 사위인 강만식이 납치되자 경찰내부는 긴장감이 감돌고 한때 이름을 날렸던 추 형사는 병구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집요하게 추적해 그의 집을 방문한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강 사장은 기상천외한 고문을 견딜 수 없어 병구가 원하는대로 그럴듯한 안드로메다 이야기를 지어낸다.
여기까지만 보면 진부한 SF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다음부터가 진짜 기막힌 반전이 일어난다. 실제 강만식(백윤식)은 고문을 견디다 못해 둘러댄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이었고 실제 안드로메다의 왕자였던 것이었다. 병구(신하균)가 수집해 놓은 황당한 외계인 관련 자료들과 얘기들이 모두 사실로 드러난다. 과연 병구는 지구를 외계인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까?
허경영의 미친 상상력
마지막으로 그의 상상력을 보여주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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