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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리뷰

나의 상상력은 상위 몇%일까? (프로들의 상상력 노트)

by 디마드 2009. 8. 9.


한 때 나는 상상하기를 즐기는 소심한 공상가였다. 그 상상이 주로 다가서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버스간에서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여학생을 만난다거나, 도서관 모퉁이를 돌다가 그 여학생과 부딪쳐서 떨어진 책을 주워주며 얼굴을 익히는 드라마 같은 얘기들, 검도 대회에 나가 승부에 최선을 다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있을 그녀, 시험기간에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상상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상상력들이 메말라 버린 것 같다. 그저 퇴출을 기다리는 평범한 회사원 같다고나 할까? 좀 더 극한의 상황을 맞닥트려야 상상력이 품어져 나올까? 별 재미없는 회사일, 상사와 동료간의 형식적인 인간관계, 비젼없음...등등 상상력이 필요한 공간이 없다.

도서관에 미리 준비한 책들을 빌리러 갔었는데, 책이 없거나 또는 너무 재미없어 보여서 다른 책을 고르다가 파란색 글자의 "상상력"이란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다.

한국의 부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책을 출간한 "한국의 부자들"이란 책처럼 이 책도 비슷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즉, 상상력이 풍부한 성공한 사람들 23명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책으로 엮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상상하기를 즐기고 그것을 반드시 구체화하여 실천으로 옮기는데 있다. 대부분은 독서광이자 메모중독자들이다. 꿈이든 일상생활 속이든 상상을 하는 것은 모두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연기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이우일은 상상력을 3단계로 구분을 하고 있다.  첫째 단계가 상상, 둘째 단계가 시각화, 셋째 단계가 상품화다.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를 글이든 그림으로 시각화하는 사람은 채 30%가 되지 않으며 또 더 나아가 이를 자신만의 상품으로 만드는 사람은 10%가 되지 않는다. 이는 3단계의 과정이 개인의 능력이자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우일의 메모 노트]


한 때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디 있니? 다 되지."로 백수콩트를 보였던 고혜성의 상상력을 좀 살펴보면 보기보다 꽤 진지하다.


 상상력의 방해가 되는 TV를 최대한 멀리하고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생활을 작은 모험들로 채워나간다. 차를 운전할 때도 항상 다니는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찾고, 가끔씩 숟가락질도 왼손으로 한다. 또 상상을 구체적으로 현실화 하기 위해 하루,월간,연간 계획을 세부적으로 짜고 밀고 나간다. 그는 자신이 상상력이 풍부한 인물은 아니라고 한다. 대신 양적으로 많은 상상을 하다 보면 그 중에 괜찮은 게 나와서 질적인 문제가 해결이 된다고 한다.


다음은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의 대표주자 이루마 이야기이다. 그의 노트를 보면 상상력 조차도 꽤 감성적이고 아름답다. 작곡가와 연주자로서 이루마는 상상을 먹고 사는 전형적인 아티스트라고 하겠다.

                                                         [이루마의 메모 노트]

상상을 글로써 남겼더니만 나중에 무슨 내용인지 파악이 어려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마술사 이은결 이야기이다. 아래 그림처럼 그의 그림 솜씨는 형편이 없지만 상상력을 표현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틈틈이 메모하고 그림을 그려서 마술의 소재를 사용하기도 하고 무대 디자이너와 공연을 준비하는데도 사용한다고 한다.

                                                          [이은결의 메모노트]




상상력이란 사람에 따라 몸을 비틀고 쥐어짜야 나오는 경우와 이와는 반대로 자연스럽게 일상의 일부분처럼 쉽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어느정도 타고난 성격과 능력의 차이라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상상을 하는 그 자체인 것 같다.

상상력이 고갈되기 시작하면 정해진 길, 일에 익숙하게 되고 머리를 조금만 굴려 상상력의 범주에 발을 디디는 것 조차 귀찮은 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보기 싫고 고집 센 기성세대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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